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8일 국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남성(61) 환자로부터 시작된 메르스 상황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16일 0시를 기해 종료된다고 15일 밝혔다.
3년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은 메르스 상황 종료를 맞아 감염병 전문가로부터 이번 메르스 대응의 평가와 향후 과제 등을 들어본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사진) 교수다.

2015년, 우리나라에 메르스가 유행하며 186명이 확진됐고 이 중 38명이 숨졌다. 아울러 극심한 사회 혼란과 수조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달 새로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해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모든 국민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추가 환자 발생이 없어 16일 0시부로 이번 메르스 유입과 관련된 상황은 종료될 것 같다.

2015년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대응이 체계적이고 신속했다. 이번에 발견된 메르스 확진 환자는 귀국 후 곧바로 병원을 찾았고 이동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노출이 최소화된 점으로 미루어 질병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센터의 선별진료소를 통해 음압실 격리가 이뤄졌고 국가지정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후 확진을 받는 과정은 군더더기가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었다.
2015년 이후 정부는 국가방역체계 개편과 의료관련 감염 대책을 수립해 지난 3년간 신종 감염병의 유입과 유행에 대비해 왔다. 감염병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했고 병원의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감염관리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음압 격리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메르스 환자는 새로운 대응 체계를 통해 확진이 이루어지며 밀접 접촉자가 적었고 진단과 치료 과정이 신속했다. 방역 당국은 즉각적인 정보 공개로 사회 혼란을 막아 그 동안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찬찬히 짚어 보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먼저 이번 확진 환자의 경우 공항 검역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검역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호흡기 증상 없이 설사와 같이 소화기 증상만 있는 경우 메르스 의심 환자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설사 증상만 있는 환자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하는 것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의심환자로 정의하는 경우 선별해야 하는 환자의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검역 과정에서 격리와 확진이 필요한 감염병이 의심되는 경우 공항과 검역소 내에서 확진이 이루어지지 않고 공항 인근의 음압격리실이 있는 병원으로 후송을 해야만 한다. 환자가 불안정한 상황이거나 통제가 어려운 상황인 경우 후송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고 후송에 걸리는 시간과 노출되는 인원을 고려하면 공항과 검역소에서 확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밀접 접촉자의 파악과 자가 격리를 비롯한 관리 과정이 좀 더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는 같은 항공기로 입국한 외국인 밀접 접촉자의 파악에 애를 먹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문제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은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건의했으나 이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예산과 인사에 대한 권한을 매우 제한적으로 갖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전문가를 확보해 채용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웃 중국의 경우 인구 1만 명 당 1.7명의 질병관리본부 직원을 두도록 법으로 지정돼 있다. 인구 1500만명 톈진시의 경우 약 2400명 이상의 직원이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3배에 가까운 인력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임을 고려하면 6배 이상의 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인구와 경제 수준을 고려해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적정 인력을 다시 평가하고 결정해야 한다. 현재 인력으로는 기본적인 업무 유지도 쉽지 않다.

두 번째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대한 예산이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기획한 예산안이 기획재정부에서 조정되고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삭감되고 나면 필수 사업을 하는 것도 버거워진다. 감염병 예방과 관리의 기본인 감시체계와 감염관리 자문시스템이 수년째 민간위탁으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부족한 예산으로 참여 병원의 확대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세 번째는 중소병원과 1차 의료기관(의원)의 대응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점이다. 만약 이번 확진 환자가 검역을 통과한 상태에서 의료인의 조언을 듣지 못한 채 귀가했다가 증상이 나빠져서 인근 중소병원을 방문했다고 가정하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유행을 돌아보면 중소병원에 입원한 메르스 환자가 확진될 때까지 입원 과정과 전원 과정에서 격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밀접 접촉자가 발생했고 의원에서 근무하던 의사도 감염됐던 점을 기억하면 중소병원과 의원의 감염관리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시급하다.

이번 메르스 확진 환자의 발생은 다시 한 번 방역체계와 의료 시스템이 강화돼야 함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긴 안목과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 방역체계와 감염관리에 투자해야 한다. 의료계는 자발적으로 감염 감시체계에 참여하고 감염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760225&code=61121911